오픈소스는 왜 나르시시스트의 놀이터가 되는가?

Fri, Jun 13 2025 08:52:16 KST

오픈소스. 이 단어는 우리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전 세계 개발자들의 자발적인 협력, 지식의 공유, 그리고 더 나은 기술 생태계를 위한 순수한 열정. 그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현대 기술 사회를 떠받치는 가장 위대한 기둥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이상향의 이면에는, 개발자들의 번아웃과 환멸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합니다. 수많은 개발자들이 무례하고, 집요하며, 비정상적인 요구를 하는 사용자들 때문에 고통받다가 결국 프로젝트를 포기하곤 합니다.

저는 오늘, 이 어두운 그림자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왜 유독 오픈소스 생태계가, 자기애적이고 착취적인 성향을 가진, 즉 ‘나르시시스트적 사용자’들의 완벽한 놀이터가 되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1. ‘무료’가 낳은 ‘특권의식’

가장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나르시시스트의 핵심 심리 중 하나는 ‘특권의식(Entitlement)’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습니다.

일반적인 상용 소프트웨어의 경우, 사용자는 돈을 내고 서비스를 ‘구매’합니다. 여기에는 명확한 계약 관계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오픈소스는 ‘무료’입니다. 건강한 사용자라면 이 ‘무료’에 대해 개발자의 노고에 대한 ‘감사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나르시시스트 사용자는 다릅니다. 그들에게 ‘무료’는 감사의 대상이 아니라, “내가 수많은 프로젝트 중에서 너의 것을 ‘선택’해 주었으니, 너는 나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왜곡된 특권의식의 근거가 됩니다.

그들은 개발자를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자신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하인처럼 여기기 시작합니다. “제가 지금 당장 이 기능이 필요한데, 언제까지 해 주실 수 있나요?” 와 같은 요구는 이런 심리의 가장 흔한 발현입니다.

2. 비대면성 뒤에 숨은 ‘공격성’과 ‘평가절하’

GitHub 이슈, 포럼, 커뮤니티 채팅은 나르시시스트의 공격성을 마음껏 분출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공감의 부재: 그들은 화면 너머의 개발자가 자신과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쉽게 잊습니다. 개발자의 시간, 노력, 감정은 그들의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평가절하: 자신의 요구가 즉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그들은 버그나 기능의 문제를 넘어 개발자 개인의 능력과 인격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이딴 식으로 코딩하니 버그가 생기죠.”, “이 간단한 걸 아직도 못 고쳤나요?” 와 같은 말들은, 상대의 자존감을 파괴하여 자신의 우월함을 확인하려는 전형적인 ‘평가절하’ 기술입니다.

3. ‘기여’가 아닌 ‘요구’ 중심의 문화

나르시시스트는 타인에게 기여하고 협력하는 상호적인 관계를 맺지 못합니다. 그들은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받기만 하는 착취적인 관계를 선호합니다.

오픈소스의 가장 아름다운 정신은 ‘기여(Contribution)’입니다. 사용자는 버그를 발견하면 직접 코드를 수정하여 ‘풀 리퀘스트(Pull Request)’를 보내거나, 최소한 개발자가 문제를 쉽게 재현할 수 있도록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며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르시시스트 사용자는 결코 기여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단지 “안된다. 고쳐달라”고 요구할 뿐입니다.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합니다. 개발자의 노동력을 공짜로 착취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4. 지식의 비대칭성을 이용한 ‘가스라이팅’

종종 이들은 약간의 기술 지식을 가지고, 그것을 무기 삼아 개발자를 심리적으로 조종하는 ‘가스라이팅’을 시도합니다. 가스라이팅의 핵심은, 명백한 현실을 왜곡하여 상대방이 스스로의 기억과 판단력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의 공식 문서에 “이 기능은 10MB 이상의 파일은 지원하지 않습니다”라고 명확히 명시되어 있는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때 나르시시스트 사용자는 20MB짜리 파일을 올리려다 실패한 후, 다음과 같은 이슈를 등록할 수 있습니다.

“지난 버전(v1.0)에서는 20MB 파일도 아무 문제 없이 잘 처리됐는데, 이번 최신 버전(v2.0)으로 업데이트하고 나서부터 갑자기 기능이 망가졌습니다. 개발자님께서 무언가 잘못 건드신 것 같네요. 제 작업 전체가 멈췄으니 이전 버전처럼 작동하도록 즉시 수정해주십시오.”

이것은 ①애초에 불가능했던 ‘과거(20MB 파일이 잘 처리됐다)’를 진실인 것처럼 날조하고, ②그로 인해 발생한 현재의 문제를 ‘개발자의 실수’ 탓으로 돌려 개발자의 기억과 현실 감각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행위입니다.

개발자는 이 명백한 거짓에 대응하기 위해 과거 로그와 코드를 모두 뒤져야 하는, 엄청난 감정적, 시간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며, ‘혹시 내가 기억 못 하는 무언가가 있었나?’라며 스스로를 의심하는,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의 덫에 빠지게 됩니다.

결론: 우리는 놀이터를 지켜야 한다

오픈소스 생태계가 가진 ‘무료’, ‘개방’, ‘비대면’이라는 특성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타인을 착취하는 나르시시스트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놀이터’를 제공합니다. 그들은 어떠한 책임이나 대가도 없이, 개발자의 시간과 노력을 착취하며 자신의 자존감을 채웁니다.

이것은 오픈소스가 실패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다만 우리는 이 놀이터에 ‘독초’가 자라기 쉽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개발자들은 명확한 ‘기여 가이드라인’과 ‘행동 강령(Code of Conduct)’을 통해 스스로를 보호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같은 건강한 사용자들은, 이러한 착취적인 사용자를 발견했을 때 침묵하지 않고, “당신의 행동은 이 생태계에 해가 된다”고 지적하며 개발자들을 지지해주어야 합니다.

개발자의 열정을 연료 삼아 타오르는 이 위대한 생태계를, 더 이상 소수의 ‘나르시시스트’들이 망가뜨리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