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이 부른 피로감, 오늘도 관계의 무게에 짓눌립니다

Thu, May 29 2025 13:31:00 KST

또다시, 사람이라는 풀기 힘든 숙제 앞에서

때때로, 아니 솔직히 말해 꽤 자주, 사람과의 관계에서 깊은 피로감을 느끼곤 합니다. 제 안의 에너지가 모조리 소진된 듯한 기분, 좋은 마음으로 건넨 작은 친절이 어느새 나를 옭아매는 불편함으로 되돌아올 때면, 어김없이 ‘사람’이라는 풀기 어려운 숙제 앞에 선 기분입니다. 이 복잡한 관계의 문제는 좀처럼 명쾌한 해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경험: 보이지 않는 착취와 깊어지는 불신

돌이켜보면 꽤 오랜 시간, 어쩌면 수십 년 동안 비슷한 경험을 반복해 온 것 같습니다. 때로는 제 진심을 이용하여 물질적, 혹은 정서적 이득을 취하려는 이들을 심심찮게 마주칩니다. 속으로 늘 되뇌곤 합니다. ‘금전적인 것만이 문제가 아니야. 정서적으로 이용하려는 마음 역시 나쁜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의 착취는 때로 더 깊은 상처와 허탈감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겹겹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새로운 관계 앞에서 마음을 여는 것 자체가 버겁게 느껴집니다. 때로는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고개를 들곤 합니다. 물론 이것이 건강한 생각이 아님을 알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 불쑥 터져 나오는 것을 보면 그만큼 제가 지쳤다는 신호일 겁니다.

선의가 경계를 넘을 때

오늘도 그 답답함은 어김없이 제 마음을 찾아왔습니다. 얼마 전, 구멍 난 신발을 신고 다니는 동료의 모습이 안쓰러워 제가 사용했던 여분의 중고 신발 하나를 건넸습니다.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은, 그저 작은 도움을 주고 싶었던 순수한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 동료는 제게 부쩍 살갑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그분은 저를 좋은 사람이라 생각해서, 혹은 순수한 고마움의 표현으로 더 가까워지고 싶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은 마주칠 때마다 말을 걸고, 쉬러 갈 때 같이 쉬기를 원하고, 식사할 때도 함께하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것이 너무 싫었습니다. 저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조용히 식사하고 싶다고 분명히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동료는 제 의사를 존중하기보다 함께 점심을 먹자고 거듭 졸랐습니다. 순간 ‘내가 왜 저 사람과 원치 않는 식사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속으로 한숨이 터져 나왔습니다. 결국 각자 식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저는 또다시 ‘정서적으로 이용당하는 기분’, ‘내 경계가 침범당한 기분’을 느껴야 했습니다. 상대방의 의도가 순수한 친밀감의 표현이었을지라도, 제 의사와 개인적인 공간이 존중받지 못했다는 불편함은 온전히 제 몫이었습니다. 이런 상황 자체가 제게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관계의 무게와 반복되는 질문

왜 저의 선의는 종종 이런 불편함으로 돌아오는 걸까요? 어쩌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거나, 타인을 자신의 뜻대로 다루려는 성향의 사람들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될수록 저는 점점 더 사람들에게 말을 아끼게 됩니다. 이 관계의 무게 앞에서, 오늘도 저는 한숨만 내쉴 뿐입니다. 내일부터는 사람들과 말을 아예 안 할 생각입니다.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