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트 도입을 둘러싼 일부 주장들에 대한 비판적 고찰

러스트(Rust)는 의심할 여지 없이 현대 프로그래밍 언어 생태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언어 중 하나입니다. 메모리 안전성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기능은 많은 개발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러스트의 성공을 논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기술 자체의 장점을 넘어 과장되거나 논리적 비약을 포함한 주장들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이 글의 목적은 특정인이나 집단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더 건전하고 생산적인 기술 토론 문화를 위해 이러한 주장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해보고자 함입니다.

주장 1: “특정 국가/집단의 기술 수준이 낮아 러스트를 도입하지 못한다.”

때때로 “한국 IT 업계가 낡은 기술에 매몰되어 러스트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식의 주장이 제기됩니다. 이러한 주장은 복잡한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문제입니다. 특정 기술의 도입 여부는 단순히 ‘기술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한 ‘전략적 선택’의 문제입니다.

  • 레거시 시스템의 안정성과 비용: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온 거대한 금융, 제조, 공공 시스템을 새로운 언어로 재작성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과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를 동반합니다. 이는 기술력 부족이 아닌,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합리적인 경영 판단일 수 있습니다.
  • 생태계와 인력풀: C++, Java, C# 등 성숙한 언어들은 방대한 라이브러리, 검증된 프레임워크, 그리고 풍부한 숙련 개발자 인력풀을 갖추고 있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생산성과 안정성을 고려할 때, 성숙한 생태계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 기술 선택의 다변성: ‘러스트를 사용하지 않음’이 곧 ‘낡은 기술을 사용함’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특정 문제 해결을 위해 Go, Kotlin, 현대 C++ 등 다른 현대적인 언어가 더 적합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주장 2: “러스트가 모든 시스템 프로그래밍을 대체하고 있다.”

“리눅스 커널에 러스트가 도입되었다”는 상징적인 사건을 근거로, 러스트가 시스템 프로그래밍의 표준이 되어가는 것처럼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사실의 중요도를 과장하는 ‘확대 해석’의 오류일 수 있습니다.

  • 객관적 사실: 2025년 기준, 리눅스 커널 전체 소스코드에서 러스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1% 미만입니다.
  • 도입의 목적: 러스트는 커널의 핵심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메모리 안전성이 특히 중요한 새로운 디바이스 드라이버 등 일부 영역에 ‘점진적’이고 ‘제한적’으로 도입되고 있습니다. 이는 C의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지, C를 ‘대체’하는 단계와는 거리가 멉니다.

주장 3: “러스트를 비판하는 것은 무지하거나 악의적이다.”

건전한 기술적 비판에 대해, 비판의 논리가 아닌 비판하는 사람 자체를 공격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 인신공격의 오류(Ad Hominem): “러스트를 모르니 그런 말을 한다”, “다른 언어에 대한 소속감 때문에 비판한다”는 식의 주장은, 상대방의 자격이나 동기를 공격하여 논점을 흐리는 논리적 오류입니다.
  • 권위에의 호소(Appeal to Authority): 유명인의 발언 중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인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론: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건전한 비평 사이

러스트 커뮤니티의 열정은 생태계를 빠르게 성장시킨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열정이 기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넘어, 배타적인 태도나 비논리적인 주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훌륭한 기술은 다른 기술과의 비교나 비판을 통해 더욱 발전합니다. 특정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다른 기술이나 커뮤니티에 대한 존중과 공존할 때, 우리 모두의 기술 생태계는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